제주수영장 "먹물수영장"여과망 파손

by 하늘소 posted Mar 31,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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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연합뉴스) 김혜영 기자 = 25일 한라배 전국수영대회가 열릴 예정이던 제주 종합경기장 실내수영장의 물이 하룻밤 사이 시커멓게 변해 대회 개막이 연기되는 사태가 발생하자 물이 검게 변한 원인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마린보이' 박태환을 세계적인 수영 선수로 길러낸 노민상 전 국가대표팀 감독조차 "경기장 물이 오염되는 것은 처음 봤다"고 할 정도로 전국수영대회를 앞둔 수영장에서 물 오염사태가 발생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기 때문이다.

   제주시 관계자는 "어제 저녁 8시까지만 해도 물은 깨끗한 상태였고, 어젯밤 11시까지도 여과기와 펌프가 아무런 이상 없이 잘 작동하고 있었다"며 "오늘 새벽에 출근해보니 물이 이렇게 검게 변해있는 것을 확인한 것"이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물을 모두 다 퍼내고 보니 수영장 바닥에는 활성탄(여과장치 내부에 있는 숯) 알갱이들이 곳곳에 널려 있었다"며 "아마 기계 오작동으로 인해 여과기 내부에 있던 활성탄이 빠져나와 물이 검게 변한 것 같다"고 추정했다.

   지난 1997년 설치된 제주종합경기장 수영장의 여과기는 직경 2m 규모의 철제통으로 돼있으며, 기계실에 총 2대가 설치돼있다. 여과기 내부는 정수기와 같은 원리로 1개의 활성탄 층과 4개의 모래·자갈층으로 구성돼있다.

   첫번째 층은 수영장 물의 냄새를 제거하는 직경 2∼3㎜ 크기의 활성탄 알갱이들로 구성됐으며, 그 아래로는 아주 고운 모래인 '세사'에서부터 중사, 왕사, 콩자갈 등 4개의 모래·자갈로 층층이 깔려 있다.

활성탄 알갱이는 이 모래들 가운데 3번째로 큰 왕사의 크기와 비슷하며, 콩자갈의 크기는 1.5∼2㎝가량 된다.

   이처럼 여과기 내부에는 아주 작은 입자의 활성탄과 모래 등이 있기 때문에 이들 여과재가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게 막는 여과망(스트레이너.Strainer)이 여과기 아랫부분에 장착돼있다. 평상시에는 이 여과망을 통해 여과재가 아닌 물만 수영장으로 빠져나가는 것이다.

   수영장 시공 전문업체인 파인풀 이선규 부장은 "물을 빼낸 수영장 바닥에서 활성탄을 비롯한 모래들이 발견됐다면 이는 여과재 분출을 막는 여과망이 깨져서 발생한 문제일 가능성이 크다"며 "먼저 이 여과망이 깨졌는지 여부를 확인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여과기가 설치된 지 14년이 지난 만큼 플라스틱으로 된 여과망이 오랜 기간 염소 소독제에 의해 노후돼 이 같은 일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만일 (여과망이) 깨진 것이 맞다면 내부에 있는 모래 등을 모두 다 꺼내서 여과망을 다시 교체하는 작업을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제주시 관계자는 "지난 1997년 여과기를 새로 설치한 이후 내부에 있는 여과재를 2∼3년 간격으로 교체해왔다"며 "가장 최근에 여과재를 교체한 것도 2008년 11월로 기간 상으로는 전혀 하자가 없는데다 점검도 평소 꼼꼼하게 했기 때문에 이런 일이 터져 당황스럽다. 앞으로 여과기 노후 여부 및 원인 등을 철저히 분석해 다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